2025 이직 후기 feat.캐나다 워킹홀리데이로 개발자 취업한 썰 푼다 (1/2)
타임라인
그냥 시간순으로 쭉 써볼까요.
언제부터 외국에서 살고싶었냐고 한다면 중고등학교때부터라고 하겠습니다. 중학생즈음에 이미 나는 결혼하고 애기낳고 이런데 관심이 없구나도 깨달았고, 뭘할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외국에서 일해보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고2 중반부터 재수 끝날때까지 최소한 영어 모의고사는 틀린 적이 없는데, 그래도 난 외국에 언젠가 살꺼니까 하면서 계속 영어공부를 하긴 했습니다. 학부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서도 언젠가는 갈 수 있으니까… 하면서 영어는 계속 공부했어요. 물론 학교다닐 때처럼 열심히 한건 아니고, 회사에서 꽁짜로 수업 해준다고 하면 매번 찾아서 듣고, 코로나때는 전화영어 하고. 오픽 도전해서 AL 따보고 그랬습니다.
지난번 이직 회고글을 보면 알겠지만, 그 때도 미국으로 대학원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근데 결국 국내에서 이직했던거구요. 이제 대학원 가기도 좀 늦었나 싶기도 하고 (보니까 딱히 그렇지도 않음) 딱히 회사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대로 회사 쭉 다니게 되겠거니…하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이직을 그렇게 항시 준비하고 자주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적응하는건 힘들고, 인터뷰 보는건 귀찮아요.
2023년 가을, 조직이동이 되고 매니저가 바뀝니다. 그 매니저가 뭐 썰풀려면 매우 긴데… 여튼 매니저랑 이슈가 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워홀 비자 신청은 어느날 새벽에 되게 충동적으로 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네이버 카페같은데 가이드도 step by step으로 있던데, 그런거도 없고 그냥 직접 사이트 들어가서 하나하나 읽으면서 신청했어요. 왜 캐나다냐고 많이 질문 받았는데, ‘북미’라는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가서도 개발자를 하고싶고. 그러면 너무 기간이 짧으면 안될 것 같고. 영어권이긴 해야겠고. 그러면 후보가 영국 캐나다 정도 남는데 영국은 사이트 들어가보니 영국에 오기 6개월 전에 신청하라고 쓰여있고, 캐나다는 추첨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캐나다 먼저 넣어보고 여름까지 당첨이 안되면 (당시는 전세계약이 3월에 끝나니 3월쯤에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함) 영국 넣어야지.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근데 인원이 늘어서 그런지 한번에 당첨됩니다. 근데 일본에서 교환학생 했던 이력때문에 이슈가 있어서 최종적으로 입국 허가 받은건 6월 중순이었습니다.
근데 사실 받긴 했어도 100퍼 넘어갈 생각은 아니었구요, 사실 사내이동을 먼저 알아봤어요. 근데 2024년 되면서 채용이 줄었다는건 내부 Head Count도 줄었다는거라 열린 포지션이 없더라고요. 고충 상담 같은 것도 해봤는데… 솔직한 후기는 차라리 외부 직장내 괴롭힘 상담을 받는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 삼X이었으면 팀이라도 바꿔줬을텐데 니가 알아서 팀 바꾸라는 식이고. (이 글 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쿠X 인사는 믿지 마세요.
여름쯤에는 한국 내 기업들 이직 면접을 봤습니다. 최종까지 간 곳도 몇군데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이 때 면접 경험이 가장 좋았던건 팔란티어. 그 때 사업모델 보고 좋아보였을 때 주식이라도 사놓을걸. 여튼 여기 면접은 제안 오시면 한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뻔하지 않고 재밌었어요. 리쿠르터가 좋았던 회사도 따로 있는데 리쿠르터분이 이직을 하셔가지고… 뭐 그렇습니다.
8월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말도 안되는거에요. 스트레스로 인해 사람이 거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수준? 정신과쪽은 물론이고, 말도 안되게 평생 한번도 문제 없었던 갑상선저하증 이런거까지 뜨는 것 보면서 아 그래 사람이 먼저지 하면서 퇴사 노티스를 내게 됩니다. 이때 뭐할거냐고 해서 워홀갈거라고 많이 하고 다녔는데 (그 전까지는 조금씩은 말은 했는데 이렇게 많이 말하고 다니진 않음) 말하고 다니면서 약간 자기예언적 상황이 되는건가 싶기도 했네요. 퇴사하고 한동안은 병원 열심히 다녔고요. 근데 갑상선쪽은 일단 약 최저치만 쓰고 부작용 없으면 늘리자고 했는데 퇴사하고 한달동안 자연치유…되어서 결국 최저치만 쓰고 끝났습니다. 역시 스트레스는 만악의 근원.
그리고 연말까지는 그냥 쉬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쉰다고 하면서 자꾸 책읽고 공부하고 그랬는데… 여러분 노는 것도 버릇이고 경험이라서 할 수록 늡니다. 이제 이틀 후에 출근해야하는 지금은 더 놀 수 있을 것 같음.. 이때 한거는 동생 사업 관련해서 개발해주고 - 제 이력에 있는 ‘장문’이 사실 동생 회사입니다. 근데 학생들 대상으로 서비스 만드니까 바로바로 피드백 와서 재밌었습니다. 회사 일만 했으면 언제 OpenAI API, Gemini API 써보겠어 싶은데 바로 써봐서 좋았구요. 결과도 좋아서 결국 이력서에도 넣었네요 - 아마존 면접 제의받아서 그거 하다가 또 최종에서 떨어지고… 뭐 그정도였네요.
1-2월은 처음으로 링크드인 위치 바꾸고 열심히 이력서를 넣기 시작합니다. 이 때부터는 3월에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뭐 100개 써야한다 500개 써야한다 말 나오는거 보고 일단 열심히 다 써봤습니다. 커버레터도 붙여보기도 해보고 빼보기도 해보고. 이래저래 하는데 당연히 인터뷰 잡히는 비율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뷰가 좀 많이 잡혔으면 3월에 넘어갔을텐데, 딱히 그런건 아니어서 당장 넘어가진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려서 6월에 최종적으로 허가 나왔던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죠.
솔직히 이력서 많이 넣는거 질리기도 하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용님 멘토링 통해서 캐나다에서 막 취뽀한 Cora님이랑 커피챗 해보고 아 역시 많이 넣는게 답이 아니구나 싶어서 이력서 넣는걸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어느정도 꾸며놓은 상태였지만, 링크드인을 더 채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날 디자이너분들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개발자도 비슷한거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깃허브 페이지를 만들고 거기에 포트폴리오로서 System redesign 시리즈를 쓰기 시작합니다. 지금 블로그에 올라온 세개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고른 토픽이었어요. write heavy한거 하게 하나는 runday, 고용량 파일 다루는거 하게 mybox 이런식이었어요. 배민이랑 멜론도 하겠다고 캡쳐 다 해놨는데 결국 아직 쓰지는 못했네요.
3월에는 스터디클럽++에서 했던 이력서 워크샵에도 참여했습니다. 여기서 만난 분들이랑은 이 이후에도 서로 첨삭해주고, 얼마 전에는 워크샵 2기가 열려서 저는 도우미로도 참가했습니다. 여기서는 이력서 빽빽하게 쓰는게 아니라 읽기 쉽게 덜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구요. 원서 많이 넣는 것도 이력서 빽빽하게 쓰는것도 약간 일반론인데 저는 그렇게 해서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인생에서 항상 남들 하는대로 안했을 때 더 잘 풀렸던 것 같아요 ^^;
지금 합격한 회사에서는 4월 초에 처음 인메일을 받았구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캐나다 가는걸 6월 중순으로 정합니다. 데드라인을 이틀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가게 됐어요. 사유는 뭐 일찍 갈 이유가 없었음 (물가 비싼건 너무 잘 아니까 취업이 된게 아니라면 급하게 갈 것은 없다고 생각) + 좋아하는 가수 소극장 콘서트가 6월 15일까지로 잡혀서 그거는 다 보고 가자였습니다. 조금 주책일 수도 있는데 다 좋자고 하는 사회생활이지 않겠어요? 이거는 잘 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마지막으로 불태우고 오니까 아쉬움이 덜하더라고요.
4월에 리쿠르터콜이랑 코딩테스트, 5월에 1차 면접을 봤습니다. 1차 면접은 기술인터뷰는 없었고 여태 했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를 꼽아서 한시간동안 그거에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behaviour interview였습니다. 한동안 응답이 없다가 연락이 와서 최종 인터뷰는 여기 넘어와서 7월 중순에 봤어요. 코딩테스트가 2번, system design이 1번, behaviour이 1번 해서 45분씩 4시간 한번에 봤습니다. 다 보고 마지막에 리쿠르터가 2주 안에 연락준댓는데 연락 안와서 떨어진 줄 알다가 매니저랑 리크루터가 돌아가며 휴가가느라 좀 늦었다고 다음주까지 연락 줄게 해서 진짜 다음주에 다시 연락 받았네요. 이게 8월 중순 이야기였습니다. 되게 많이 지난 것 같았는데 아직 캐나다 온지 100일도 안됐더라고요.
사실 중간에 나 개발자 다시 할 수 있는거 맞나… 싶었던 시간도 있었고요. 근데 ‘사람이 먼저다’하고 나왔더니 그렇게 퇴사하는건 아니었나 하는 후회는 크게 들지는 않더라구요. 물론 뭐든 오퍼를 받고 이동하는게 안정적이진 하죠. 근데 안정 찾다가 평생 못움직이는 케이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막 퇴사하라는건 아니고 움직일 준비는 다 해놔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이제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내용 대충 아래정도로 써보려고 하는데 혹시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따로 디엠이나 스핀 주세요:
- 비자 설명 하기: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공식적으로 Open Work Permit으로 나옵니다.
- Hard Skill: 스터디. 나한테 맞는 놈을 패는게 낫다. 나는 과제보다 인터뷰였음.
- Don’t Spray and Pray: 리쿠르터가 먼저 접근하게 만드는게 젤 낫다
- 멘토 제대로 찾기: 상담 대상을 정확하게 찾는게 중요하다. 비슷한 경력, 최근에 이직을 한 사람 등. 나랑 최대한 비슷하게.
- 이력서: 캐나다 전화번호 미리 만들 수 있으니 만들어서 넣어두기
- Behaviour Interview: 결국 상대방이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하는게 중요. (배경설명 장황할 필요 없음.) / 소요 시간별 에피소드 준비 / Do not 자기검열 / 임팩트가 있었던 것 위주로
- Interview with AI: 막판에는 앞으로 인터뷰가 변화할 것 같다는 인상을 좀 받음.
- Never Search Alone: 저는 결국 이거 제대로 하기 전에 최종 인터뷰를 봤지만 이 방법론에 크게 공감합니다.
- 2025년 기준: 경력 없으면 캐나다 오지 마세요…. 차라리 2nd degree 같은건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