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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든 계획이든 해본 적이 없는데 문득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이먹었나보다.)

하고싶은건 남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의 힘

2021은 유학 준비 시작했다가 이직으로 마무리 된 한해였다. 과정은 워낙 블로그에 자세하게 써놨기 때문에 그것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요새 생각해봤는데 저 지루한 긴 준비 과정을 버틸 수 있었던건 남에게 미리 말해놨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일단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 2022년에는 퇴사한다고 생각했을 때) 친구가 옆에 있기도 했고 (정확히는 바람을 넣어줬고) 그걸 또 무슨 자신감인지 부모님한테 바로 말했다. 보통 ‘망할까봐’ 잘 말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그냥 말했다. 안되면 쪽팔리니까 귀찮아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 제안을 받아서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을 때도 회사 동기들이나, 친한 후배 몇몇에게 말을 해가면서 준비했다. 후반부에는 내 멘탈이 실시간으로 나가는게 눈에 보였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그야 인터뷰를 20시간 가까이 해댓으니) 물론 하루도 빠짐없이 빡세게 준비했느냐하면 솔~직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말을 하고 나니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하게 처음 접하는 스타일의 면접을 결국 잘 마칠 수 있었던건 그 꾸준함 덕분이었던 것 같고.

면접 다 보고 나서 기다리던 시간에 유퀴즈 보다가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살에게라는 책을 봤는데 이 모든걸 하고 봐서 너무너무 공감하면서 봤던 것 같다. 특히 일단 저지르고 나면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라는 부분. 내가 이런 타입의 인간임을 서른 넘어서 깨달았다.

그리고 덤으로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다라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에서 입시를 치룬 사람이라면 대부분 봤을 수능만 해도 수능 준비에 끝이 있을까? ‘준비 다 되시면 말하세요 그 때 볼게요.’ 라고 했을 때 ‘저 준비 다 되었습니다!’라고 언제 말할 수 있을까? 그냥 마감 정해놓고 최선을 다한 다음에 털어야 하는 종류의 것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직장 선택의 이유

이제와서야 말하는거지만 추석 연휴에 아무데도 안가고 집에만 있었는데 도피성 수면이 장난이 아니었다. 왜냐면 대충 추석 끝나는 때에 어디로갈지 말해주기로 양쪽 HR에 말을 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대학도 한군데 붙어서 내 운명이려니 하고 가고 첫 직장도 한군데 붙어서 여기가 내 자리인가보다 하면서 갔던 사람에게 선택이란 것을 할 기회는 너무나 낯설었고 솔직히 아직도 확신은 없다. 남들은 대학 대체 어떻게 선택했을까? 뒤늦게 궁금해지는 부분…

둘 다 별로였거나 비슷한거였으면 비교가 편했을 것 같은데 근무 회사만 다른게 아니라 국가도, 직무도 모두 달라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더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나 한쪽은 내가 꼭 가고싶었던 회사이기도 했고. 근데 그쪽을 선택 안하고 지금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웹이 예전부터 미련이 뚝뚝 넘쳐 흘렀던 분야이고, 지금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새로 시작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았다는게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는 준규님이 건너건너 내가 가게 될 팀이 리뷰도 잘해주고 분위기 괜찮은 것 같다고 해줘서였다. (물론 다른쪽도 팀장님이 좋은 분이라고 들었지만…) 아빠도 맨날 하고 나도 동의하는 내용은 내 회사의 경험은 결국 내 팀 사람들에 대한 경험이라는거다. 좋은 팀이라면 가서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사실 지금 팀원 분들에게 이야기 안했다 ㅎㅎ; 언젠가 고백해야지.

그래서 잘 지내고 있냐고 하면 진짜… 정신 없습니다. 하루에도 두번씩 하 난 바보야…와 미친 난 천재야…의 반복. 그래도 분야가 달라도 용어가 달라도 결국 문제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한 경우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다.

덤으로 지금 마운틴뷰에 계신 수석님한테… 원래 나중에 추천서 받을 수 있을까요까지만 연락을 해둔 상태였는데 다 합격하고 나서 왜 미리 말을 안했냐고 엄청… 엄청 혼났다… 근데 진짜로 그렇게 얼레벌레 시작한 인터뷰 준비가 그렇게 오래갈 줄 몰랐죠. 위에도 썼지만 다시 한번, 뭐 할거면 동네방네 소문내야겠다. (한국인에게 너무 어려운 덕목인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 사실 미리 말씀 드려서 다른 루트를 탔으면 지금 다른 곳에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한다. 뭐 외국과 연이 있다면 외국에서 일할 기회는 언제든 또 생기지 않겠어요?

내년 목표

그래서 2021년 연말은 내가 맞는 선택을 한걸까?와 내가 맞는 선택으로 만들거야!의 반복이다. 그리고 내년 이시간에는 이렇게 잘 하게 되었다고 회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블로그 껍데기를 좀 바꾸고싶다. 카테고리별로 싹 정리되게. 내가 프론트에 대해 지식이 전무해서 개선이 어렵다. 아얘 이사를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다가 입사 이후로 일시정지 중인데 3월쯤엔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남이 하는 스터디에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쨋든 해보지도 않고 안해봤으니까 난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걍 해봤더니 생각보다 내가 잘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해였다. 2019, 2020 연말에는 꽤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약간 번아웃이 올랑말랑 한다는 느낌도 있지만) 미래는 불안정하게 느껴질지언정 정신은 더 맑은 것 같다. 나이 땜에 새로 못하는건 키즈모델밖에 없다잖아. 새로 시작해서 잘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겠다고 #가보자고